2011년 11월 6일 일요일

[안양의 숨은 맛집] 순덕이네 - 제대로 된 순댓국과 머릿고기



[안양의 숨은 맛집] 순덕이네 순댓국 - 안양사람들은 다 바보다!!

안양의 맛집, 도시의 크기나 인구에 비해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맛집의 수가 생각보다 작은 동네입니다. 해물탕으로 유명한 정호해물탕, 홍어로 에피큐어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흑산도홍어집, 주당들과 에피큐어 사이에 화제를 모았던 평촌의 홀수선 정도... 딱히 손꼽히는 맛집이 금새 떠오르지 않는 동네입니다. 흑산도홍어집을 갈까? 하다가 제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숨은 맛집으로 생각을 해봤습니다.

올 초 선배의 작업실을 방문했다가 지금은 상권이 죽어버린 60~70년대 풍의 낡은 상가의 텅빈 공간에서 예전 시장의 풍경 그대로 순댓국을 팔고 있는 집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선배의 말로는 뭐 귀찮은데 가까운데서 순댓국이나 먹자고 했으니 당연히 별 기대를 안하고 먹었습니다. 약간은 꼬리한 특유의 육수에 양념다대기를 넣고 빨갛게 말아낸 순댓국...투박하고 서민적인 느낌 그대로의 순댓국이지만 예사롭지 않은 느낌을 받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몰론 순댓국의 명가인 충남집, 경성집 이런데와 비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적어도 나름 순댓국 좀 한다는 집들에 비해 고기의 삶은 정도에서 느끼는 부들부들 쫄깃한 식감에 제대로 우려낸 육수에 매콤한 다대기를 푼 순댓국에 김치, 깍두기까지 제법 맛을 내는 집이었지요. 그러나 순댓국 한 그릇 먹자고 일산에서 혹은 서울에서 안양을 간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몰론 안양이란 동네는 정호해물탕이라는 저렴하면서도 나름 괜찮은 해물탕집이 있고, 나름 에피큐어들의 맛집 목록에 끼어 있는 흑산도홍어집, 별미 안주가 있는 홀수선이 있지만... 순댓국은 적어도 의외 임에 틀림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식당이라고 부르기 조차 민망할 정도의 인적이 끊어진 죽은 시장통에, 간판이라고는 메뉴판 위에 조그만 글씨로 상호인 순덕이네와 전화번호를 넣은 게 전부인 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지나쳐 버리기에는 예사롭지 않은 맛을 내는 집입니다.

선배를 포함해 지인들과 안양의 수리산을 다녀오면서 해물탕? 홍어?를 고민하다가 예전의 제 경험을 믿고 선뜻 그 순댓국집으로 정했습니다. 지독한 보이차 마니아인 선배의 선배 작업실에서 설명을 곁들인 귀하고 값 비싼 보이차 삼매경에 빠졌다가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많은 저를 포함한 지인들이 서둘러 산행을 마치고 순댓국집을 찾았지요. 두 번째로 방문하지만 햇갈립니다. 나란히 두 집이 텅 빈 공간에서 순댓국을 끓이고 있는데, 선영이네라는 메뉴판 위의 글씨와 전화번호를 확인하시면 됩니다. 아줌마 밥 따로 국 따로 주시구요. 머릿고기랑 막걸리도 주세요...?? 그냥 주는데로 먹지?? 그래도 정겨운 말투... 암튼 머릿고기가 나왔습니다. 감히 말씀드리지만 제가 먹어 본 머릿고기 중에서 삶은 정도나 특유의 부들거림과 적당히 쫄깃한 식감은 손에 꼽을 정도 입니다. 하물며 이 머릿고기가 단돈 5천원 이라는 사실은 계산을 하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무슨 순대도 그 정도의 가격은 할텐데... 새우젓 하나도 흔히 보는 순댓집의 그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지인들에게 폐가 될까 사진도 조심스레 찍다 보니 김치와 깍두기는 찍지도 못했습니다. 순대도 시키고 순댓국도 다섯 명이 하나씩 시켰습니다. 깍두기 가득가득 4접시에 김치 3접시, 새우젓 4접시... 거들 내겠다는 아줌마의 잔소리까지... 산행 후 식사라 배도 고팠지만 정말이지 훌륭합니다.

몰론 세련된 맛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지극히 순댓국의 전형을 보여주는 적당히 꼬리하고 구수한 맛에 다대기가 들어가 얼큰하고 게다가 맛깔진 새우젓을 넣어서 먹으면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습니다. 계산을 하는데...성인 5명이 막걸리에 식사와 머릿고기와 순대 안주에 4만원?? 뭔가 잘못되엇다 싶어 머릿고기의 가격을 재차 물었는데, 단돈 5천원? 그렇다면...지금껏 돼지머리 가격이 올라서 울상이었다는 많은 순댓국집은 대체 무슨...?? 90년대 까지만 해도 3~4천원 하던 서민의 음식 순댓국이 지금은 8천원 하는 데도 있으니 그야말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의 가장 중심에 선 메뉴입니다. 술자리를 마치고 나오다가 다시 들어가 머릿고기를 포장했습니다. 두 가지의 이유... 일요일 가족들을 팽개친 가장으로서의 미안함과 예리한 혀 감각으로 유명한 딸의 평가를 받아 제대로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 입니다. 웃기지만 저 때문에 아이들은 징그러워 하는 개불이나 홍어에 순댓국도 잘 먹는 식구들 입니다. 집안에서 혀 감각으로 정평이 난 12살 짜리 딸을 비롯한 평범한 혀의 와잎까지 식구들의 평가는 심하게 후한 점수를 주네요. 한 술 더 떠 거기를 한 번 가보자고 할 정도입니다. 정말 안양사람들은 다 바보다? 라는 생각을 지울 수 가 없습니다. 식당이라 하기엔 허름한 노점 스타일의 순댓국집 이지만, 이 정도는 흔하디 흔한 순댓국으로 치부하기엔 꽤 훌륭한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등산이 목적이라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오지도 못했고 똑딱이 카메라로 찍었습니다. 게다가 방해가 될까봐 잠깐 잠깐 찍다 보니 제대로 포코스는 맞췄는지도 모르겠고 김치나 깍두기는 찍지도 못했습니다. 다음 기회에 제대로 된 장비를 챙겨서 다시 방문할 생각입니다. 오래된 집으로 알고 있지만 주인은 한사코 알려주지도 않습니다. 아래 주소와 영업시간을 알아 내는데도 무척 힘들었습니다.



순덕이네 (031-443-5373)
안양 만안구 안양동 434-3 명학상가 내
[ 안양6동 주민센터 인근 명학시장 명학상가 내 ]
11:00~20:00 매월 셋째주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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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3일 목요일

[춘천맛집] 춘천 3대 닭갈비집 중의 하나인 우성닭갈비



우성닭갈비 - 춘천 3대 닭갈비집 중의 하나로 꼽히는 곳

닭갈비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약 1,400년전 신라시대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을 시작으로, 50년대 지금의 강원은행 본점자리에서 전라도 출신의 김씨라는 노인이 싼 닭을 이용해 처음 닭불고기집을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60년대 춘천 명동의 어느 선술집에서 술안주로 팔던 돼지갈비가 떨어져 급하게 닭고기를 사다가 토막을 낸 후 양념을 하고 돼지갈비처럼 구워서 팔았는데 반응이 좋아 지금의 닭갈비가 되었다고도 하고 70년대 초 요선동에서 처음 시작했다는 말도 있다. '닭갈비'란 말은 원래 홍천에서 먼저 사용되었고 그 홍천의 닭갈비는 냄비에 육수를 넣고 닭요리를 한 것으로, 홍천과 태백에서 지금도 이 음식이 남아 있다고 하는데 춘천의 닭볶음 요리와는 차이가 있다. 진위야 어떻게 되었던 당시 춘천은 양축업이 성했고 도계장이 많아 닭고기의 공급이 원활하여 군인들과 대학생들 사이에 값싸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서민의 음식으로 '대학생갈비' '서민갈비'로 불리며 닭갈비가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숯불이나 연탄불에 석쇠를 얹어 선술집에서 술안주 대용으로 등장했던 숯불 닭갈비가 70년대 부터 명동 닭갈비골목을 중심으로 4개 업소(우미, 육림, 뚝배기집, 대성)가 본격적으로 닭갈비요리를 시작하면서 양을 늘리기 위해 갖은 채소를 사용하면서 지금과 같은 형태를 띠게 되었으며, 90년대에 지금의 철판이 등장하며 대중화가 되었다는 것이 비교적 정확해 보인다.(에피큐어)

봉포머구리집의 물회로 속초 여행을 마무리하려 했습니다만, 게으런 지인들의 결정으로 설악산 단풍구경을 갑니다. 그것도 오는 길에서도 봤던 미시령 구길을 택해 잠시 울산바위를 촬영하고 감상하는 정도로 하고 꼭대기 휴게소의 커피가 더 땡기는 모양입니다. 아무리 봐도 실증나지 않은 울산바위의 풍광을 뒤로 하고 꼭대기 휴게소로 향하는데, 어? 폐업 했습니다. 새길이 뚫리면서 손님이 뜸하니 예상은 했습니다만 아쉽네요. 저 빈 공간을 예술인들의 작업실로 임대를 하면 좋은 작업이 나올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게으런 중생들에게 딱인 백담사로 향합니다.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아주 손쉬운 방법에 최상의 단풍관광으로 안성맞춤 입니다. 상상 이상의 소박한 절 풍경에 비해 백담사 앞 넓은 계곡에 소원을 빌면서 투박하게 쌓은 돌탑의 무리는 장관을 이룹니다. 내년 장마철까지는 잘 유지가 되겠지요. 마치 유명 작가의 설치미술을 보는 듯 꽤 인상적이고 각자 소원하는 메시지를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만큼 규모가 압권입니다. 근사하게 카메라에 담으려 해도 붐비는 사람들로 불가능하지만 암튼 백담사의 명물이 될 것입니다. 사람들 주변을 기웃거리는 두 마리의 야생 멧돼지와 함께 말입니다.

1박2일의 가을 속초 여행을 마무리 하고 귀경길에 춘천에 들러 우성닭갈비로 향했습니다. 닭갈비의 고장 춘천에서는 우성닭갈비, 통나무닭갈비, 1.5닭갈비를 춘천을 대표하는 3대 닭길비집으로 회자됩니다. 닭갈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제 혀가 어떤 반응을 할지 궁금합니다. 맨 처음 등장하는 동치미 국물이 꽤 훌륭합니다. 적당한 단맛과 알싸한 맛이 일품이구요. 이어 등장하는 닭갈비는 얼핏 보기에는 서울의 닭갈비와 별 차이가 없지만 특유의 부드러운 육질을 유지하는 나름의 비법은 있는 듯 합니다. 다 먹고 나서 밥을 볶기전에 긁어내는 기름이 눌은 새카만 부분이 마치 시트지 처럼 반질반질하게 일어날 정도인데, 이 부분에 비법이 숨어 있는지는 정확치 않으나 대부분의 닭고기가 퍽퍽해서 싫어 했는데 정말 부드러움이 남다르구요. 적당히 야들야들 쫄깃한 식감도 괜찮습니다. 6명이 5인분을 시켰는데 넉넉할 정도로 양도 많구요. 대단한 감동은 아니지만 평소 닭갈비를 즐기지 않으시는 분들도 꽤 괜찮다는 평을 하기에 충분한 맛입니다. 다진마늘과 생강, 양파, 고춧가루, 설탕, 간장, 맛술 등 10여 가지의 재료를 사용해 12시간 재운 뒤 손님상에 낸다고 하는데, 전체적으로 특유의 부드러움에 좋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원조집 다운 나름의 노하우가 분명히 있는 듯 합니다. 마지막의 볶음밥도 꽤 좋습니다만 저는 동치미가 아주 훌륭하다는 생각인데 적당한 단맛과 알싸함의 밸런스가 꽤 훌륭합니다. 포스팅을 정리하기도 전에 주변 또 다른 지인이 춘천이라고... 그 닭갈비집이 궁금하다고 전화가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