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는 동명항 인근에 제대로 된 맛집들이 꽤 있습니다. 곰치국으로 유명한 옥미식당, 사돈집, 물회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봉포머구리집도 있구요. 아바이 마을도 가까워 함경도식 회국수로 유명한 단천식당 등 가까운 거리에 제법 있습니다. 옥미식당에서 푸짐하게 곰치국을 맛 봤으니 오늘 저녁은 자연산 회를 믿고 맛볼 수 있는 동명항활어센타를 찾아 삼성상회로 직진 합니다. 아시겠지만 동명항활어센타는 수협에서 관리하여 양식을 팔다가 적발이 되면 영구 퇴출되는 시스템이라 일단 믿을 수 있습니다.
동명항에서도 에피큐어들 사이에 이미 소문이 날대로 난 10호 삼성상회는 워낙 장사가 잘되는 집이라 그런지 다른집에 비해서 이미 물건이 눈에 보이게 줄었습니다. 돌삼치(쥐노래미), 망챙이(고무꺽정이), 전복치(미역치), 빨간색이 인상적인 나비노래미(잠자리고기) 등이 눈에 들어 옵니다. 그래도 이 집을 목표로 달려 왔으니 주인 아주머니가 권하는 대로 돌삼치(쥐노래미)를 시킵니다. 잡어회의 두배 가격이지만 속초까지 왔으니 서울에서 맛보지 못하는 횟감으로 골라야지요. 큰 놈이 없습니다. 돌삼치와 5살 아들을 위해 오징어를 골랐습니다. 외에 꽃새우, 광어, 미주구리, 참가자미와 매운탕까지 듬뿍 담아 주십니다. 도치는 철이 아니라 처음부터 생각을 안했지만, 황제멍게로 불리는 비단멍게가 없어서 무척 아쉽네요.
속초지역의 방언으로 돌삼치라 부르는 이 횟감은 쏨뱅이목 쥐노래미과의 물고기로 쥐노래미가 정확한 표준어 이구요. 노래미와 놀래기를 많이 혼동하시는데, 농어목의 놀래기과의 놀래기와는 전혀 다른 물고기 입니다. 지역에 따라 돌삼치, 석반어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 물고기로 몸길이는 30~45cm 정도에 다섯 개의 줄이 있으며, 등에 3개, 몸통과 배에 각각 1개씩 있지요. 산란기는 11~12월이며 대부분은 산란기에 맛이 있지만, 이 돌삼치는 여름철에 잡히는 것이 가장 맛이 좋다고 합니다. 할복을 맡기고 야채와 양념장을 구매하고 2층에 자리를 잡습니다. 회는 사진에 보이는 것 보다 실제 먹다보면 양이 꽤 됩니다. 고향이 경주인지라 자연산 막회는 비교적 익숙하여 저랑 결혼한 서울 출신의 와잎도 딸도 회는 잘 먹습니다. 꽃새우는 독도새우로 불리기도 하는 귀한 새우로 서울에서는 구경하기도 힘들지만 만만치 않은 가격에 쉽게 맛보기 힘든 별미로 그 맛은 쉽게 잊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아직 5살 짜리 아들이 잘 먹지 못해서 아쉽지만요.
아무리 자연산이라고 해도 무조건 맛있는 건 아닙니다. 참치도 그렇지만 대개 횟감으로는 큰 생선이 맛있습니다. 광어의 경우는 양식이라고 해도 2.5kg 이상이 씹었을 때 육질이 좋고 입안에서 단맛이 돕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작은 자연산 보다는 양식이라도 큰 놈이 맛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아니 실제로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서비스로 나온 자연산 광어와 홍대입구역 인근 연남동 향미 옆의 시로구마에서 나오는 2.5kg 양식산 광어로 만든 3만5천원 짜리 사시미의 맛과 비교해도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팔둑만한 돌삼치는 한 번도 보지를 못했습니다만 생선은 큰 놈이 맛있는 법인데 아쉽네요. 또 한가지 아쉬움은 귀한 자연산을 할복하는 아주머니들의 전문적이지 못한 점이 무척 아쉽습니다. 회는 칼맛이 중요한데, 솔직히 세꼬시 막회니 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막 썰다 못해 쥐어 뜯은 듯한 부분은 어찌 아쉽지 않겠습니까? 칼이라도 잘 갈아서 귀한 자연산에 걸 맞게 제대로 다루어져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맨바닥에 여럿이 둘러 앉아 막 썰어 나오는 회가 맛있을 수는 없지요. 물기나 생선의 피를 면천으로 깨끗이 제거하는 정성이 필요한데, 정말 말 그대로 막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횟감일 지라도 할복 과정은 반드시 전문성을 요하는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 많은 블로거들 중에 가장 객관적인 평을 보여주고 있는 비밀이야님의 포스팅에도 매운탕은 맛있다는 평입니다만, 솔직히 아쉽게도 저는 그렇게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집 미각 종결자인 딸은 더 냉정하구요. 삼성상회 사장님이 챙겨 주신 넉넉한 재료에 비해 매운탕은 달달하고 뭔가 2% 부족합니다. 주방의 전문성이 부족한 탓일까요? 암튼 삼성상회의 횟감을 고르면서 느꼈던 기대나 감동은 할복하는 과정이나 매운탕에서 결과적으로는 추가적인 감동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동명항 활어센타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될 수도 있겠구요. 암튼 다음에는 삼성상회에서 횟감을 골라 근처의 팬션에서 직접 회를 뜨고 매운탕을 끓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생각입니다. 이 정도면 얼마나 아쉬움이 크게 작용했는지 이해가 되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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