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아바이마을 갯배 타는 곳 인근 포구에 위치한 집으로, 곰치국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김치가 들어가는 삼척의 곰치국과 달리 무가 들어간 시원한 맛의 곰치국으로 에피큐어들 사이에 자주 회자되는 집이기도 하지요. 사돈집과 함께 지금의 맛을 비교하려고 했지만, 사돈집의 주방이 바뀌면서 예전의 맛을 잃어버린 관계로 아쉽게 옥미식당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요즘은 곰치가 잘 잡히지 않아 곰치국은 1만원에서 1만3천원, 드디어 2만원의 후덜덜한 가격으로 올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지를 속초로 잡은 가장 큰 이유가 곰치국과 자연산회를 즐기기 위해 출발했으니 아침 해장을 겸해 곰치국을 시킵니다. 가격까지 저렴하면 금상첨화지만 그래도 여행지에서 맛보는 별미라 저는 만족합니다. 평소 요리를 하는 고모가 반찬을 챙기는 지라 유난히 입맛이 까다로운 12살 딸이 바로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듭니다. 냉소적인 와잎도 마찬가지... 가감없이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옥미식당의 곰치국은 서울에서 일부러 찾아와도 후회가 없을 정도의 감동적인 맛입니다. 가격 때문인지 한 팀이 발길을 돌립니다만, 솔직히 맛이나 곰치의 양에 비하면 2만원의 가격도 결코 후회가 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구요. 몰론 저렴하면 더 좋겠지만요. 회를 좋아하는 제가 경험한 속초의 자연산 회 보다도 솔직히 훨씬 감동적인 맛이 분명했습니다.
아침이라 손님들은 많지 않습니다. 덕분에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의 곰치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곰치는 검고 큰 놈이 수컷, 붉은 색이 암컷이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잡히면 버리던 생선으로 홀대를 받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금치로 불리는 귀족 생선으로 몸값은 고사하고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식사를 하는 도중에 낙찰받은 곰치가 한 마리 혹은 두 마리 오토바이로 배달이 되어 들어 옵니다. 식사중에 노부부의 말씀을 듣다가 강원도 말투가 아닌 귀에 익은 말투라 여쭤보니 할머니의 고향이 저랑 같습니다. 경북 영덕출신의 할아버지가 전국을 떠돌다가 경주 감포에서 할머니를 만나 당시로는 드물게 연애로 결혼한 사이였구요. 먹고살기 위해 속초에서 시작한 식당이 이제는 에피큐어들이 최고로 손꼽는 식당이 되었지만, 가업을 물려 받을 막내 아들이 생각이 없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하시네요. 본인들은 고생고생해서 이 정도의 이름을 얻었지만 자식들은 생각이 없다니 엄청난 손실이지요.
곰치국의 곰치의 양도 장난이 아닙니다. 국물보다 곰치가 많습니다. 고소한 애와 곰치알도 넉넉하구요. 아시겠지만 동태찌개를 시켜도 애는 단골에게만 넣어 준다는 거 잘 아시죠? 반찬 하나하나 모두 수준급입니다. 저희같이 맞벌이 하는 사람들은 남는 반찬을 챙겨가고 싶을 정도로 맛깔스럽습니다. 거의 다 먹을 즈음 국물 더 드릴까? 하시기에 주시면 황송하게 먹겠다고 했더니 헉! 거의 새로 한 그릇을 주시네요. 곰치까지 동일하게...;;;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데 할아버지께서 오랜만에 고향사람 만나서 그렇다고 하시면서 좋아하십니다. 평소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저 같은 성격은 솔직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곰치를 배달한 오토바이 탄 분과 계산하는 곰치의 값을 가까이서 들은지라 부담은 더 하지요.
암튼 5살 배기 아들까지 4명이 배터지게 먹었습니다. 계산을 하고 인사를 드리고 나서는데 할머니가 가을에 오라고 도치탕 맛있게 끓여 주시겠다고 하십니다. 실은 전날 저녁 삼성상회에 들려 반드시 맛보려고 했던 도치숙회와 탕, 비단멍게를 맛보지 못해 정말 아쉬었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도치탕은 정말 먹어보고 싶네요. 아마이마을 갯배 타는 곳이 근처에 있어 그 곳으로 이동합니다. 88생선구이는 언제나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구요. 봉포머구리집도 인근에 위치합니다.
항상 느끼는 부분이지만 동일한 가격에 제대로 맛을 내는 집을 알고 찾는 사람과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탓에 맛집을 파악하지 못하고 같은 돈을 내고 다른집에서 맛보는 사람들을 보면 제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를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유명한 집이라고 가격이 더 비싼경우도 간혹 있지만 비슷한 가격이 대부분 이구요. 줄을 서는 집들은 맛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저렴한 가격대에 만족도가 높은 식당에서 줄을 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인들은 줄을 서거나 손님이 많은 집을 보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지요. 몰론 상대적으로 실패할 확률은 적지만 반드시 맛있는 별미집은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계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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