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와 속초를 거치면서 무척이나 만족스러워 하던 가족들과의 휴가 겸 미식여행에서 고성의 백촌막국수는 뭐라고 표현하는 게 가장 적절할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동안 귀 동냥이나 에피큐어들의 포스팅을 통해 접해왔던... 그래서 맘 속으로 늘 그려왔던 상상속의 맛과 지금의 현실... 실로암막국수나 강서면옥이 비교가 될까요? 다들 아시겠지만 한때는 고 정주영 회장이 헬기를 타고 일부러 들렸다는 실로암, 청와대 냉면집으로 불릴 만큼 고 박정희 대통령의 사랑을 받던 강서면옥... 예전만 못하다는 평들이 하 나 둘씩 보이다가 이제는 에피큐어들의 기억속에서 점점 멀어져 버린 곳이기도 하구요. 그렇다고 손님이 없다거나 맛이 없는 건 절대 아닙니다. 비교 우위에서 멀어져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게 되었다는 이야기죠.
고성의 이곳 저곳을 돌아보고 화진포의 김일성, 이승만, 이기붕 별장을 차례로 돌아보고 화진포 김일성 별장 앞 해변에서 제법 큼직한 성게도 여러 마리를 잡고 이틀째 휴가를 보내었습니다. 달달한 느낌의 화진포막국수를 들를까 하다가 이왕이면 강원도 3대 막국수집을 놓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언젠가 부터 맛이 변했다는 이야기도 여러번 들었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직접 확인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묘한 심리? 이해하시죠? 암튼 들리고 싶은 여러 집들을 물리고 백촌막국수로 방향을 잡습니다.
거진항의 물회도 제비호식당도 포기하면서 적어도 저녁 7시 30분 까지는 도착해야 맛볼 수 있다기에 부랴 부랴 달려갔습니다. 막국수와 편육이 나왔습니다. 그냥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렇게 까지 급하게 달려왔는가? 라는 생각이 문득 스칩니다. 일반인들은 막국수가 뭐 해봐야 그냥 막국수지 하시겠지만 한식 중에서도 가장 마니아 층이 두터운 음식이 평양식, 황해도식 물냉면이 되겠구요. 그 다음은 적어도 막국수가 꼽힐 정도로 마니아 층이 두텁습니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맛집이 많은 지역 하면 전라도를 생각하시겠지만 사실은 틀렸습니다. 강원도 입니다. 몰론 동해안의 별미도 많겠지만 강원도 구석구석에서 나름의 색깔과 공력을 자랑하는 막국수집들 때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주 재료가 메밀이라는 공통점으로 평양, 진주, 황해도식 냉면과는 뿌리가 비슷한 막국수지만 양반들이 즐겼던 냉면에 비해 투박하고 소박한 맛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백촌막국수는 명성이나 제가 가졌던 기대치에 비해 실망스러운 건 사실입니다.
이 집을 처음 찾았으니 이 전의 맛을 비교할 수 없어서 정확한 판단은 어렵습니다만 지금의 맛이라면 일부러 찾을 필요까지는 없다는 생각은 분명합니다. 그 나마 위안이 되었던 건 백김치와 단맛이 옥에 티였지만 그래도 명태 회무침 이었습니다. 몰론 백촌의 특징이 메밀면이 가늘어 특성상 쉬 불을 수 있고 면과 양념, 동치미 국물이 따로 나와 손님이 취향에 따라 선택되는 양념의 비율에 맛이 좌우 될 수 있는 개연성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래서 여러가지 비율로 다 맛을 봤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감동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식도락을 좋아하시는 마니아 분들은 느껴 보셨으리라 생각이 됩니다만, 드물지만 처음 음식을 접하는 순간은 몰론이고 식사 중 내내 혹은 그릇을 다 비우고 나서도 멍할 정도의 묘한 감흥을 지울 수 없어 자리를 쉬 뜨지 못하거나 식당 주변을 서성이게 되는... 왜 이런 글을 쓰게 되었는지는 충분히 이해를 하시리라 믿습니다.
한동안 에피큐어들 사이에 강원도 3대 막국수집으로 회자되기도 했던 백촌막국수가 옛 명성과 영광을 회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입니다. 에피큐어들 입장에서도 고성의 지역적 입장에서도 명백한 손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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