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중해장국 - 자연산 송이 향이 일품인 송이선지해장국
어제 점심 섭죽마을에서 만장일치로 엄지를 치켜 세운 지인들과 낚시로 잡은 잡어와 속초중앙시장에서 구입한 방어, 오징어, 자연산 골뱅이로 새벽 4시까지 술자리를 가지고 아침 해장국으로 찾은 곳은 자연산 송이가 들어간 해장국으로 에피큐어(식도락가, 미식가)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던 궁중해장국입니다. 일행 중 낚시에서 1등과 나머지 게임으로 정한 두 명은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조식(뷔페)을 하고 나머지는 복불복(福不福)으로 라면을 먹어야 했지만, 두 명을 잘 설득하여 저렴한 해장국으로 하기로 하고 찾은 집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맛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비싼 리조트의 식사를 주저 없이 선택할 것입니다. 몰론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그래도 속초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를 놓칠 수는 없었고, 평소 맛있는 집이 아니면 차라리 라면을 끓이겠다는 게 신념인 저로서는 설사 게임에 이겼다고 해도 식사권을 양도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식사권에 당첨된 지인 중 어제 섭죽마을에서 맛을 경험한 한 후배가 식사권을 양도하려 했지만 어제의 감동 탓일까요? 아무도 받아주지 않습니다. 앞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제대로 된 맛집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고가인 리조트 뷔페식을 선택하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할 것이구요.
그렇다면 이 집은 어떤 맛일까요? 일단 이 집을 처음 찾는 분이라면 입구에서 당황하게 될 것입니다. 궁중해장국 간판을 단 해장국집이 두 집이 있습니다. 바라보는 방향에서 오른쪽은 본가 궁중해장국, 왼쪽은 원조 김정숙 궁중해장국 본가, 간판이 긴 만큼 사연도 길지만 암튼 좌측의 원조 김정숙을 찾으시면 됩니다. 칼칼하지 않은 순한 맛의 선지해장국에 송이의 향이 절묘하게 어울어진 해장국입니다. 원래는 양양에서 채취한 자연산 송이를 사용합니다만, 아시다시피 올 해는 자연산 송이가 귀합니다. 주인에게 물어보니 중국 자연산 냉동 송이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래도 향 나쁘지 않습니다. 중국산은 무조건 나쁠거라는 편견을 버려야 합니다. 촬영하는 동안 게임에 진 지인들이 송이 향에 대해서 감탄을 시작합니다. 참 많이 변했습니다. 뭐 귀찮게 가까운데 아무데나 들어가면 그만이지 메뉴도 같은데... 하던 사람들 입니다. 이제는 맨날 만나서 술만 먹지 말고 같이 식도락을 하자고 제안하기까지 합니다. 또 다른 지인은 이 참에 춘천으로 가서 닭갈비까지 먹고 가자고 맛집을 추천해 달라고도 합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선택한 저렴하고 평범한 메뉴 일지언정 제대로 된 식도락은 맛에 문외한 주변인들을 변화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아니 변화라는 표현 보다는 개화(開化) 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 모릅니다.
몰론, 이 집이라고 해서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틀전 맛집이 없다는 오산에서 고민 끝에 방문했던 칼칼한 새말해장국과 비교하면 칼칼한 맛을 빼도 국물의 임팩트나 국물이나 콩나물에 비해 양, 내장의 양에서는 다소 비교가 됩니다. 송이를 뺀다면 가격대비 만족도는 새말해장국에 손을 들고 싶을 정도입니다. 선지의 찰진 맛도 새말이 더 좋구요. 궁중해장국의 경우 선지의 양은 정말이지 제일 넉넉합니다. 왠만한 두부 한 모 정도의 크기가 들어 있습니다. 뭐 개인차가 있으니 두 집을 비교해 어디가 더 낫다는 표현은 못하겠습니다만, 송이가 들어간 해장국이라는 특색이 이 집을 해장국 명가의 반열에 올렸다고도 봐야 겠지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