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큐어의 막국수 이야기
소위 말하는 맛을 좀 안다는 에피큐어들 사이에서 서울을 제외한 지방에서 손꼽히는 맛집이 많은 지역을 꼽으라고 하면 맛의 고장으로 잘 알려진 전라도가 아니라 강원도를 거론하게 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가 않다. 화전민과 척박한 땅으로 기억되는 강원도에 왠? 하는 이들이 분명히 적지 않을 것이다. 한식 중에서도 마니아 층이 가장 두터운 음식을 꼽으라면 평양식 물냉면이 있고 그 다음으로 막국수가 꼽힌다. 말 그대로 이북 음식인 평양식 냉면은 이남에서는 서울을 중심으로 제법 있지만 숫자는 손에 꼽히고 지방에는 그리 많지가 않다. 그러나 강원도에 막국수집은 널리고 널렸다. 그 만큼 맛과 내력으로 손꼽히는 별별 막국수집이 많다 보니 에피큐어들이 열광하는 별미집이 강원도에 많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강원도 지방의 전통 음식인 막국수는 임진왜란 후 흉년으로 기근이 들자 나라에서 메밀 재배를 권장하면서 즐겨 먹었던 강원도의 전통 음식으로 강원도 안에서도 지역별로 약간의 차이를 보이면서 미각여행을 하는 에피큐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데, 동치미 국물이나 소, 돼지 등의 육수에 말아먹기도 하고 고춧가루로 만든 양념장을 넣어서 비벼 먹기도 하는 것으로 쉽게 막 부셔져서 막 먹는 국수라는 뜻의 막국수(메밀국수)로 부르게 되었다.
막국수는 크게 영동식과 춘천식으로 구분하는 데, 평양식 냉면과 비슷한 동해안의 영동식 물막국수는 동치미 국물이나 고기육수에 면을 말고 명태나 가자미식해를 곁들여 먹는다. 메밀 향을 느끼기에 좋은 만큼이나 마니아들이 열광 하는 건 바로 영동식이다. 가자미 혹은 명태 회무침이 고명으로 올라간 비빔막국수(회막국수)도 있지만 크게 영동식은 동치미 국물의 물막국수로 보면 된다. 고성, 양양, 속초, 주문진 등 지역적인 특성에 따라 흔한 명태나 가자미 식해가 올라 가기도 한다. 이에 반해 춘천식은 물 혹은 비빔의 구분이 없는 막국수로 양념장을 얹은 막국수와 동치미 또는 육수가 든 주전자가 따라 나오는 데, 양념장이 올려진 막국수에 동치미 국물이나 육수를 절반 정도를 부어서 비벼서 먹는 형태이며 인근 홍천도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다. 기본적으로 구분이 명확한 막국수집도 있지만, 봉평, 진부, 철원, 인제 등 강원도 안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기도 하고 나름 지역적으로 독자적인 색을 띠는 집이 혼재된 상태로 볼 수 있다.
동치미 막국수의 원조로 알려진 양양의 영광정메밀국수, 옛 맛을 잃고 잊혀져 버린 실로암막국수, 명태식해가 얹어진 막국수에 동치미 국물을 부어 반은 비빔으로 반은 물막국수로 즐기는 고성의 백촌막국수, 화진포막국수, 동치미 국물이 예사롭지 않은 동루골막국수, 명태회 막국수로 유명한 속초의 김삿갓막국수, 살얼음이 낀 동치미 국물의 주문진 삼교리막국수, 대동면옥, 동치미 막국수의 진수를 보여주는 인제의 서호막국수, 남북면옥, 메밀의 고장 봉평의 진미식당, 과일즙을 숙성시켜 만든 육수의 현대막국수, 물, 비빔 모두 양념장이 얹어져 나오는 진부의 두일막국수, 사골육수에 동치미 국물을 가미한 대관령의 유천막국수, 한우 사골의 슴슴하고 밍밍한 육수가 특징인 철원의 철원막국수, 동치미 국물과 양념간장의 춘천 유포리막국수, 양념장이 얹어진 막국수에 취향에 따라 소뼈를 곤 육수를 부어 열무김치를 곁들여 먹는 샘밭막국수, 남부막국수, 누르는 막국수의 고장인 홍천의 장원막국수, 친절막국수, 삼양식당 등 나름의 개성과 색채를 가지고 있다. 식도락의 즐거움을 누리는 마니아의 입장에서는 그 약간의 차이를 비교하며 먹는 재미가 솔솔한 것이 또한 강원도 막국수의 가장 큰 매력이다. 개별 막국수집의 구체적인 특징은 에피큐어(http://www.epicure.co.kr/)에서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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